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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을 노닐었던 조선의 선비들

충청의 산수 - 유교의산수관 ② 유산(遊山)과등산(登山)

2020.03.26(목) 14:38:3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한국 사람은 유달리 산을 좋아한다. 등산은 한국인의 국민 취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방법은 등산복을 입은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등산복과 등산장비가대량으로 생산·소비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여기에는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환경적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선조들도 산을 좋아했다. 산은 한국인의 일상과 함께했다. 산을 넘지 않고서는 지역 간의 이동이 불가능했고, 산속에서 많은 일용의물품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선인들에게 산은 정신적 토양까지도 제공했다. 조선시대의선비들은 각기 자신이 정착하던 지방의 산을 수시로 유람했고, 때로는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원정을 가기도 했다. 선비들은산을 찾은 동기와여정, 그리고 거기서 느낀 감흥을 꼭붓으로 남겼다. 방식은 다르지만 현대인들이좋은 경치를 만나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렇게 남겨진 조선시대의 유산기는5백60여 편에 달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산을 좋아하는 문화유전자가 심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산을 찾는 여정을 기록하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선비들의 유산과 오늘날의 등산도 방식의 차이가있다. 먼저 이름부터 다르다. 등산이라는 말은 ‘산을 오른다’는 말이고 유산은‘산에서 노닌다’는 말이다. 현대인들도물론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즐기기 위해 산을 찾지만, 등산은 정상을 향하여 산을 오르는 행위에 방점이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좋아하는 운동에 전국민의 8%가 ‘등산’이라고 대답했는데 이처럼 등산은 운동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선비들의유산도 심신을 수련한다는 목적이 있다. 산은 생명의 보고(寶庫)이니 산에 들어가는 것 자체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선비들은 신체의 건강보다 마음과 정신의 수양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맑은새벽 말을 타고 청심대에 도착하니 / 대(臺) 아래 긴 강은 깊이가 백척이구나 / 올라가 휘파람 한 가닥에 계곡 바람 맞이하니 / 내 마음 맑아져서 이미 옛 것이 아니로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이천상이 금강산 유람기로 쓴 관동록에 나오는 시이다. 산 정상을 목표로 힘차게산길을 오르는 ‘등산’이 아닌, 산과하나 되어 자연을즐기는 ‘유산’의 한 면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등산’과 ‘유산’의 경계가 칼로 무 자르듯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 한국인이 좋아하는 ‘등산’에는 분명 ‘유산’의 흔적은 남아 있음은 물론이다. 산과 자연을 사랑하기에 산을 찾는 것이아닌가? 그렇게 좋아서 찾는 산이라면, 산을 더 즐길 수 있는 선인들의 방식인‘유산’에 조금더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이치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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