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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디플레이션이 온다.

칼럼- 이기훈 충남대학교 교수

2018.09.19(수) 22:46:5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디플레이션이 온다. 1


물가가 심상치 않다. 한 단에 천 원 하던 시금치가 이젠 만 원이란다. 식당 밑반찬에는 물론이고, 김밥 속에도 시금치가 사라졌다. 최저임금도 크게 올랐다. 임대료도 오르고, 소상공인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통계청은 딴 소리를 한다. 올 들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도 아닌 1% 초, 중반에 불과하다고 발표한다.
 
물가통계는 대표적인 빅 데이터이다. 조사 대상 품목이 500 가지에 이른다. 몇 몇 품목이 폭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꼼짝 않는 것은 훨씬 더 많고, 폭락한 것도 있고 하니, 평균내면 요즘 우리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물가 안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도 그렇고, EU도 그렇고, 주요 선진국들의 인플레이션율은 대부분 1~2%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 정도 물가 상승률이면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익숙한 쉰 세대들에게 요즘의 물가안정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이상한 현상이다.
 
경제학자들은 더 혼란스럽다. 수업시간에는 경기가 회복되면 실업률이 떨어지는 대신 물가는 상승한다고 가르친다(이른바 필립스 곡선). 그런데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도 많이 회복되었고,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는데(우리나라는 아직), 물가는 전혀 오르지 않고 있다. 양적 완화니 뭐니 해서 엄청난 돈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물가 미스테리’는 지구촌 글로벌화의 필연적 산물이다. 생필품 시장에서 저가이지만 쓸 만한 중국산이 넘쳐나고 있다. 먹거리로는 세네갈 갈치, 노르웨이 고등어, 스페인 삼겹살, 호주나 북미 쇠고기, 칠레 와인 등 지구 반대편에서 온 수입품들이 판을 친다. 세상 어디든 싸고 좋은 게 있으면 클릭 몇 번으로 집에 앉아서 해외 직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인력 시장에서도 글로벌화가 저인건비, 저물가를 심화시키고 있다. 요즘 웬만한 식당의 서빙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이모들이 도맡았다. 우리 고향 금산 깻잎 비닐하우스에도, 공단에도, 공사판에도 외국인들이 득실거린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단기 비자 받은 여행객들도 불법체류를 마다않고 알바를 뛴다. 내국인 인건비도 덩달아 싸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인터넷 유통 공룡 아마존이 전 세계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첨단 유통 알고리듬 덕분에 아마존은 전 세계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귀신같이 알아서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가장 편한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이다. 아마존은 최근 주식 시가 총액이 1조 달러(1100 조 원)를 넘어서 세계 1위인 애플을 넘보고 있고, 창업자는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다.  
 
인플레이션도 무섭지만 사실 저물가 즉 디플레이션은 더 무섭다. 해가 지나도 월급이 안 오르면 일 할 맛이 안 날 테고, 미래 소득이 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물건 값을 올릴 수도 없다. 그런데도 물건이 안 팔린다. 급하지 않으면 당장 사기보다 값 내리기를 기다려 천천히 사는 게 더 낫다.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웃 일본 경제는 20여 년간 디플레이션의 쓴 맛을 봤다. 2012년 아베는 수상이 되자마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고 돈을 쏟아 부었다.
 
부동산이랑 물가가 들먹이는 판에 디플레이션 타령이라서 좀 생뚱맞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디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이니 어쩔 수 없다. 대량 생산, 값싼 수입품,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 아마존과 같은 싸고 편리한 인터넷 쇼핑이 초래할 저물가, 저임금, 저매출, 경기 침체의 악순환은 미리부터 걱정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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