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 갑사 일주문
공주 갑사를 흔히 '추갑사'라 하여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들 한다. 그런데 말이다. 좋은 곳은 봄·여름·가을·겨울 언제가도 좋은 법이다. 그 중에서도 물론 푸릇푸릇한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반기고 겨울 치고는 포근해서 걷기에 좋았던 날이었다.
본격적인 진입로로 들어서기 전 주차를 하고 난전과 식당가를 지나치면 비로소 매표소와 일주문이 보이고 이때부터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약 2km(=5리) 우거진 숲이 펼쳐진다. 이 숲이 5리 정도 되어 오리숲이라 불린다. 소나무는 깊숙한 곳에 숨었는지 눈 앞에 주로 보이는 것은 느티나무다. 갑사구곡이 시작되는 다리를 지나고 나면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 사천왕문을 지나 전통찻집이 나타나고 머지않아 비로소 갑사의 경내와 마주하게 된다.
▲ 범종루(좌), 강당(우)
제일 먼저 보이는 강당을 중심으로 왼편은 범종루가 있고 오른편은 보물로 지정된 동종이 있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갑사의 모습이 아주 조금 변한 모습이다. 예전과 달리 안내문이 산뜻하게 바뀌어 보기 좋았다.
▲ 공주 갑사 동종
공주 갑사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보물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인 동종은 조선 선조때에 만들어져 보물 제 478호로 지정되어 있다. 동종에는 구름 위에 지팡이를 들고 서 있는 지장보살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무엇보다 종의 맨 위부분에는 포효하는 듯한 용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조각상이 돋보인다. 종의 몸체에는 만든 시기를 표시한 글씨를 통해 우리나라 종의 변천을 알 수 있으며 '갑사사'라는 글씨로 인해 절의 이름이 지금의 '갑사'와 조금 달랐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공주 갑사에 대한 안내문을 살펴보면, 백제 구이신왕 원년인 4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하였으며 위덕왕때 위덕왕 혜명대사에 의해 크게 확장되었다. 그 후 신라 헌안왕때 의상대사가 중수하여 화엄종 10대 사찰의 하나로 번영하기에 이른다. 대적전 주변의 초석과 보물 제 257호로 지정된 승탑과 보물 제 256호로 지정된 철당간이 당시의 번영을 말해준다. 선조 30년 정유재란 때 사찰이 소실되었다가 선조 37년 대웅전 중건을 시작하여 효종 5년에 크게 증축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 공주 갑사 대웅전
이제 공주 갑사의 본전인 대웅전으로 향한다. 겨울이라 월동준비 차원으로 대웅전의 모든 문은 닫아놓았고 바깥은 비닐로 막아 놓아 낸부를 볼 수는 없었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여래와 약사여래, 아미타여래의 삼세불과 그 뒤편으로는 삼세불을 그림으로 표현한 삼세불도가 걸려있으며 보물 제 1651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을 단풍 시즌이라면 사람들로 붐볐을 경내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곤 한적하고 여유롭다. 도심과 달리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덕분에 산사의 공기는 조금 시리지만 역시 상쾌하다.
겨울 산사 풍경은 여행자들을 오래 머물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몇 번 스윽 보고는 경내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들의 사라짐이 내게는 더욱 고요한 산사를 마주할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누구나 꽃피는 봄과 단풍이 물든 가을의 산사를 더욱 선호하겠지만 오롯이 나 자신과 교감하며 힐링하려거든 겨울 사찰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공주 갑사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