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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음식을 소개합니다

[도민리포터] 을문이 요리를 찾아간 논산 가야곡

2015.01.16(금) 03:54:23 | 만석꾼 (이메일주소:rlaakstjr69@hanmail.net
               	rlaakstjr6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도민리포터 활동을 하면서 배우는게 참 많습니다. 취재 컨셉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해 보고 자료도 뒤져 보던중 맛의 방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난번에 논산의 어육장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지만 맛의 방주라는 전세계적인 캠페인을 알게 된 것 또한 큰 배움이었기에 충청남도 도민리포터로 활동하는게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작년에 어육장과 함께 맛의 방주에 등재된 또 하나의 음식은 ‘을문이’(을문어라고도 불리고, 이게 표준어로는 밀어라고 합니다)라는 물고기입니다.
 

을문이 요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 주신 강응정의 후손인 강원희씨. 이분이 맛의 방주에 을문이를 등재시킨 주인공이십니다.

▲ 을문이 요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 주신 강응정의 후손인 강원희씨. 이분이 맛의 방주에 을문이를 등재시킨 주인공이십니다.


이름도 참 독특한 을문이라는 물고기와 이 고기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맛의 방주 등재를 이끌어 내신 분은 논산시 가야곡면 함적1리에 거주하시는 강원희씨입니다.
 
논산시 가야곡면 병암리 하천은 논산천의 중-하류 지역인데 내려옵니다.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에서 발원해 논산시 가야곡면 병암리를 거쳐 이곳 탑정호에 고이는 물. 여기 탑정호 인근 하천에 을문이가 삽니다.

▲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에서 발원해 논산시 가야곡면 병암리를 거쳐 이곳 탑정호에 고이는 물. 여기 탑정호 인근 하천에 을문이가 삽니다. 지금은 한겨울, 얼음이 얼어있는 상태라 을문이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여름철에 발견되는 작은 을문이들.

▲ 여름철에 발견되는 작은 을문이들.
 

보통 6~8cm크기의 물고기입니다.

▲ 보통 6~8cm크기의 작은 물고기입니다.

국제슬로푸드맛의방주에등재된음식을소개합니다 1


냇물의 경사가 급하고 차가운 산골짜기를 흘러오다가 전북 완주군 운주면 근처부터 경사가 완만한 너른 들판을 지나면서 물의 속도도 천천히 느려지고 또한 충분한 햇빛을 받아 수온이 따뜻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태로 흐르던 물줄기는 논산시 탑정호 저수지가 시작되는 가야곡면 병암리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의 냇물에 많이 있는 굵은 자갈에는 이끼가 끼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 이끼를 뜯어 먹고 사는 물고기들이 서식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을문이입니다.
 
고기가 다 자라면 어른 손가락 정도까지 성장하는데, 물이 탁해지기 전인 90년대 말까지는 고 병암 냇가에 을문이가 많이 살았지만 요즘은 고기도 귀해졌고 더구나 큰 고기는 구경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오늘날도 이 물고기는 가야곡면 병암리의 탑정호가 시작되는 곳에서 상류 쪽으로 약 10리 정도 내에서만 자라며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을문이는 일명 효자고기라고도 일컫습니다.
그 이유와 유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조선 성종 때 현재의 논산시 가야곡면 함적리에 효성이 지극한 중화재 강응정이라는 분이 살았는데 왕조실록에도 여러번 거론되고 효행으로 벼슬에 천거될 정도로 유명했었다고 합니다.
 
이 분의 효행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에 효자고기탕과 연관된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병환으로 오래 고생하시는데 어느 추운 겨울 정월달에 어머니께서 개장국이(보신탕) 잡수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겨울에는 개장국을 거의 먹지 않고 특히 정월(1월)에는 개장국 먹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어 이것을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효성이 지극했던 강응정은 집에서 20여리나 되는 인내장(양촌장)에까지 가서 어렵게 개장국을 구해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조선 성종때 을문이탕을 끓여 노모에게지극정성으로 효행을 했던 강응정의 효심을 기려 조정에서 내린 정려와 서원

▲ 조선 성종때 을문이탕을 끓여 노모에게지극정성으로 효행을 했던 강응정의 효심을 기려 조정에서 내린 정려와 서원
 

효행정려

▲ 효행정려
 

을문이탕으로 효를 실천한 강응정의 정려를 내린 기록.

▲ 을문이탕으로 효를 실천한 강응정의 정려를 내린 기록.

효암서원 내부

▲ 효암서원 내부
 

효암서원이 내려진 유래를 설명한 안내문

▲ 효암서원이 내려진 유래를 설명한 안내문


그런데 가야곡면 함적리에서 인내장에 가려면 오늘날도 논산천의 큰 냇물을 건너야 하는데 그 때도 이 냇물을 건너게 되었다죠.

한겨울이었으므로 냇물은 다 얼어 있었고 조심조심 얼음 위를 걸었지만 그만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렵게 구한 개장국도 다 쏟아버렸죠.

순간 눈앞이 깜깜해진 강응정은 얼음 위에 주저 앉아 하늘을 보고 울면서 “이제 우리 어머니께 무얼 갔다 드리나” 하면서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주위를 살펴보니 넘어지면서 깨진 얼음구멍에 작은 물로기들이 몰려와 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강응정은 할 수 없이 이 물고기라도 잡아다가 어머니께 끓여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손에 잡히는대로 물고기를 잡아 집으로 돌아간 다음 잘 다듬어서 어머니께 끓여 드렸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어머니께서는 이 물고기 탕을 맛있게 잡수시고 병환이 나아 오래 사셨다고 하는데 그 물고기가 바로 을문이였다네요.
 
이게 누가 지어낸 구전설화 같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강응정의 이런 효심은 당시 조정의 귀에도 들어가 성종이 효자 정려를 내리고 서원까지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손이 서원과 정려를 지켜오고 있는데 이번에 을문이를 맛의 방주에 등재시킨 강원희씨가 강응정의 후손입니다.
 
을문이 형태와 요리, 그리고 맛이 궁금합니다.
 

족대로 잡은 을문이

▲ 족대로 잡은 을문이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긴 물고기입니다.

▲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긴 물고기입니다.


우선 을문이 형태로서 이녀석은 몸의 길이가 대체로 6~8cm정도로 아주 작고 그래도 조금 큰 녀석이 12cm정도 안팎이라 합니다.

몸은 원통형으로 길며 뒷부분은 옆으로 조금 납작한데 비늘이 비교적 크지만 머리에는 비늘이 없습니다. 머리는 길이보다 폭이 크고 주둥이는 긴데 눈은 작고 입은 큰 편입니다.

몸 색깔은 사는 곳에 따라 변화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누런 갈색이거나 회갈색입니다. 몸의 양쪽 옆에는 불규칙한 구름 모양의 무늬가 있다죠.
 
하천과 호수, 늪 등 비교적 물이 맑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 있는 곳에서 삽니다.
 

‘을문이와 참게 진국 수제비탕’ 이 사진은 을문이와 그 유래를 발굴해 세상에 알린 류제협 논산문화원장님이 주신 것입니다.

▲ ‘을문이와 참게 진국 수제비탕’ 이 사진은 을문이와 그 유래를 발굴해 세상에 알린 류제협 논산문화원장님이 주신 것입니다.


요리법은 독특하고 탑정호 근처 집집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탕입니다.

지금은 쉽게 찾기 어려운 참게를 절구통에 넣고 질퍽한 죽이 될 때까지 찧어서 여기에 밀가루 반죽을 하여 을문이 탕에 넣고 끓인 후 거기에 수제비를 뚝뚝 떼어 넣어 먹는게 가장 대표적인 요리법이라 합니다.
한마디로 ‘을문이와 참게 진국 수제비탕’이라 해야 할까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시레기를 미리 삶아서 익힌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낸 다음 을문이와 함께 냄비에 담고 된장과 고추장,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어 푹 끓여내는 방식입니다.
이건 전형적인 민물고기 매운탕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요리법은 세월이 흐르고, 가정에서 나름대로 터득한 비법대로 하기 때문에 약간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효자고기’라는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물고기를 이용한 특유의 매운탕 맛에 효성 지극한 아들의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담긴 수백년 전통의 을문이 고기 요리.
 
맛의 방주에 등재될만 한 가치가 충분히 넘칩니다.
 
한때 탑정호 저수지 물이 너무 오염돼 을문이가 완전히 사라질까봐 걱정했는데 최근에부터 환경보호와 수질관리를 잘한 덕분에 여름철에는 을문이가 다시 적잖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올 여름, 물 맑은 탑정호에 찾아가 을문이좀 직접 잡아 보거나, 아니면 을문이 요리를 해주는 식당에서 매운탕을 한그릇 사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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