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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치열한 품종 전쟁

예산국화시험장 최종진 장장

2013.11.04(월) 14:54:41 | 무한정보신문 (이메일주소:jsa7@yesm.kr
               	jsa7@yesm.kr)

10월의 막바지, 예산군 오가면 역탑리에 자리한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예산국화시험장으로 발걸음을 한 것은 온세상에 가득한 국화향 때문이었다.

이 즈음이면 사진작가들의 앵글세례에 하늘아래 가장 어여쁜 포즈를 취하는 국화시험장 노지국화들 일부가 제 빛을 잃은 것을 보며 비로소 상강(霜降)이 지났음을 깨닫는다. 계절을 일깨워주는 기관이라니…, 그러나 이곳 근무자들은 국화들처럼 가을햇볕을 마냥 즐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대부분 아직도 노랗고, 붉고, 희고, 고운 500여종 수만송이 국화들의 환대 속에 만난 최종진(53) 장장은 매우 분주했다.

 최종진 장장이 신품종 육성을 위한 포장에서 국화를 살펴보고 있다.

▲ 최종진 장장이 신품종 육성을 위한 포장에서 국화를 살펴보고 있다.


1년 중 가장 바쁘다는 국화 피는 계절이기도 하거니와, 10월 31일부터 사흘 동안 이어진 충남농업축전 국화전시회 준비 때문에 행사장과 시험장을 뛰어다니느라 그렇고,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또 그랬다. 인터뷰 질문에 속사포 처럼 쏟아내는 답변 중간중간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업무와 관련한 직원들과의 소통, 방문자들의 일정점검,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의였다. 통화를 마친 뒤 끊어졌던 이야기의 줄기를 잃지 않고 다시 찾아 잇는 최 장장을 보며 그의 성격과 업무스타일이 짐작됐다.

“국화시험장이라고 하면 굉장히 정적일거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여긴 총성없는 전쟁터예요. 로열티를 내고 있는 외국 품종을 대체할 신품종을 개발하고, 농가들에 공급해 수출까지 연결하려면 끊임없이 아이템싸움을 해야 하죠. 그래서 종자전쟁이라고 하잖아요?”


로열티 내는 국가서 받는 국가로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개발한 예스송은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스송은 지난 5월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4일까지 열리는 우리꽃한마당제에도 예산국화시험장이 개발한 8개 품종이 전시 중이다. 구미시설공단에서 대단위로 재배, 수출되는 국화품종 가운데 예스송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예산지역 국화재배 농가들의 수출 효자품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로열티를 내는 국가에서 받는 국가로의 전환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대한민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국화라는 단일품종 연구소는 예산국화시험장이 유일합니다. 시험장의 역할과 과제가 많지만, 최종목표는 경쟁력있는 품종개발입니다. 유전자원 연구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험난한데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우수품종을 만들어낼 확률은 로또당첨보다 더 어렵다고도 합니다”

최 장장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시험장에는 최 장장 외에 연구사가 6명이 있다. 연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 장장은 “안주하면 절대 안된다. 가장 큰 적은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닦달하고, 후배 연구사들에게도 끊임없이 요구를 한다고 한다.

“제가 가만히 앉아있는 성격이 아니라 직원들이 어렵겠지만, 그저 결재도장이나 찍으라고 국민들이 월급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색소폰 부는 국화아저씨

사실 최 장장을 처음 만난 건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였다. 지난 9월 예산군립합창단 전국합창대회 대상 수상 축하연장에서 최 장장은 미색양복을 입고, 미색중절모를 쓰고 색소폰연주를 하고 있었다<오른쪽 사진>. 꽃 연구기관의 책임공무원과 색소폰이라, 색다른 조합이 새삼 국화시험장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니 기관홍보방법으로도 나쁘지 않은 셈이다.

한송이국화꽃을피우기위해치열한품종전쟁 12010년 부여토마토시험장 근무 당시, 자치센터에서 운지법만 간단히 배웠을 뿐, 순전히 독학으로 익혔다는 그의 연주실력은 수준급이다. 배우던 해부터 올해까지 내리 3년을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 연주를 했다니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무엇을 하든 성실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게 제 신조지요”

1988년 공직에 입문해 25년째 원예연구 한길을 걷고 있지만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치열했다”는 그에겐 음악 역시 꾸준하게 수행해야할 과제인가보다.

알토와 테너색소폰에 이어 앞으로 소프라노색소폰까지 구입해 제대로 익혀보겠다는 최 장장은 연습시간을 엄격하게 지킨다.

“일과 중에는 연습도 공연도 않습니다. 제 본업이 있고, 게다가 나라의 녹을 먹는 자리인데 시도 때도 없이 불면 되나요? 다만 평일 밤시간과 주말은 색소폰과 함께 지내죠”


국화시험장 존재의 의미

최 장장은 색소폰을 화제삼다가도 문득 문득 시험장에 대한 이야기로 건너갔다.

그는 국화가 스프레이(일경다화), 스탠다드(일경일화), 포트멈, 화단, 관상국화 등으로 분류된다거나, 영양체식물로서 영양번식을 한다는 등의 낯선 전문용어들을 모두가 알아야 하는 상식인양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그에게 원예를 비롯한 농업은 모든 국민과 국가가 잘 알고 소중히 해야할 높은 가치다.

“세계적으로 봐도 농업기반이 잘 돼 있는 나라가 잘 사는 국가예요. 농업인구가 줄어든다고 농업관련 정책과 예산을 줄이면 나라의 미래가 없어집니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수출농업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충남도가 펼치고 있는 3농혁신은 의미가 큽니다”

연구기관은 유전자원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개방을 하지 않지만, 예산국화시험장에서는 국화 피는 계절 사전 출입신청을 전제로 조건부 방문을 허용하는 등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지역에 특정기관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에 큰 특혜가 되죠. 예산군에 전무했던 국화농가가 시험장이 생긴 뒤 늘어나고, 수출농가까지 생겨 소득작목으로 부각되니 보람을 느낍니다. 농가들 중에는 거의 매일 시험장에 오셔서 연구진들과 상의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국화가 지기 전에 한 번 구경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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